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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업의 가치는 누구도 확실히 알수 없다 - 3편





<이런 책을 보면 기업가치를 확실히 알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예전 블로그의 자료를 복원한 것입니다.



이제 왜 공식적인 할인률이 없는지를 알아보자.

3편에서 이야기했듯이 할인률로서 대충(이 단어가 정말 잘어울린다) 쓰는 것이 [인플레이션 + 기대수익률]이라고 했었다. 물가상승률에다가 국채 수익률 또는 은행이자, 회사채 금리 등등을 합하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식으로 할인률을 산정하지만, 정답은 없다.

즉, 자기가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수치를 사용한다.

잘생각해보면 이게 상당히 웃기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말은 "자기가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을 정한다" 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업의 가치는 내가 정한 기준으로 결정된다. 아리까리한가?
말이 헷갈려서 그렇지 쉽게 쓰면 다음과 같다.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할인률 = 인플레이션 + 내가 정한 수익률]

"내가 정한 기준이 기업의 가치 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라는 게 정확한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어떤 기준을 잡느냐에 따라 (할인률을 사용한 기업가치 계산은) 삼성전자를 우량기업으로 볼수도 있고  불량기업으로 볼수도 있다. 내가 높은 수익을 기대하여 할인률을 높게 산정하면 불량기업이 많이 보이는 것이고, 낮은 기대수익률을 기대하고 할인률을 낮추면 우량기업이 많아 보이게 된다.(당연히 누구나 다른 기대수익률을 가지고 있기에 공식적인 수치라는 게 산정될 수 없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대부분 사람들이 기업가치를 할인률을 사용해 산정하는데, 생각해보라.

"내 기대수치가 기업의 현재가치이다."

이 명제에 대해 납득이 되는가? 나는 납득이 안된다.
할인률을 사용하는 기업가치 분석에서는 내가 기업에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현재가치가 달라진다.

즉, 기업의 가치는 내 기대값이다.


이것은 정확히 맞는 말이지만, 가치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기업가치 산정의 기본 성격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그러나 가치투자자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마법의 공식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그 값은 자신의 기대값이다. 기업가치의 본질적 파악이라는 가치투자의 명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할인률을 사용하는 모든 기업가치 산정방법은 절대로 정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 할인률 자체가  이렇게 문제투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할인률 문제의 다일까? 아니다.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인플레이션

할인률을 이루는 또 하나의 조건이다. 누구든 인플레이션률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신이다. 일정한 시간마다 국가에서 산출하는 공식 인플레이션은 막대한 자원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하고, 그것도 부족하여 전분기 수정을 밥 먹듯이 하는 지표 중에 하나이다. 심할 경우는 몇년 전의 인플레이션 수치를 수정하기도 한다. 그만큼 변수가 많고 복잡한 작업이다. 이러한 수치를 개인이 추정해서 대략적으로 쓰는 것은 사실 때려맞추기에 가깝다.

그냥 쉽게 생각해서, 내가 추측한 대략적인 인플레이션 평균(또는 산출한 평균)을 쓴다고 치자. 그리고 내 투자의 기대값인 기대수익률을 합해서 할인률을 썼다고 치자. 그것은 가정에 가정을 더한 공식이다. 가정에 가정을 더해 제대로 나오는 공식은 없다. 그것은 그냥 "기대감"이라고 말한다.

할인률은 결국 그냥 기대값이다. 그냥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임의의 숫자이다.
이것이 현재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가치투자 공식들의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경우도 생각해보아야한다.
어떤 사람이 굉장한 노력과 지식과 데이터를 사용해서 정말 합리적인 할인률을 산출했으나 그걸 공개하고 있지않을수도 있다는 경우말이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워렌 버핏이 그런 사람일거라고 자연스레 떠오르기는 한다. (^-^);;;;

하지만 이런 굉장한 경우에도 가치투자 공식들의 헛점은 남아있다.

앞의 내용을 통해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념인 할인률이란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준인지 확인했다. 그러나 혹자들은 이리 생각할지도 모른다. 절대적인 할인률을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년 평균이라든지 아니면 합리적인 기댓값의 할인률을 대충 사용해도 되지않을까?

딩동댕~!! 정답되시겠다.
할인률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썼지만, 나도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적정한 수준의 할인률을 사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수준의 타협적(?) 할인률을 사용하여 기업의 가치를 뽑아내고 투자에 성공하기도 한다. 근데, 가치 산정에서 할인률만 해결되면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당연히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이글 시리즈의 3편에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째, 미래에 벌어들이는 현금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
둘째, 미래의 현금을 현재 가격으로 할인해야 한다.


이중에 두번째 조건이 할인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야기했고 이제는 첫번째 조건을 살펴보자.
미래에 벌어들이는 현금이 기업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앞으로 많은 돈을 벌 기업은 당연히 주가가 올라간다. 워렌 버핏이 말했듯이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현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것이 기업의 가치이다.  자, 바로 여기서 문제가 일어난다.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은 어떻게 추정하는가?

아무도, 그 누구도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의 양을 예측할수는 없다. 다만 과거에서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고 적정한 수준을 추측할 뿐이다.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를 공개하지만, 맞추는 경우는 드물다. 누군가 정확히 맞춘다고 하더라도 그 애널리스트 역시 다음번에는 못맞추기 일쑤다. 이건 거의 운의 영역이라 볼수있다. 물론 어느정도 추정치는 가능하다. 매년 15%의 폭으로 성장해 왔다면 다음해에도 15%정도로 성장하리라고 추측할수 있다. (예전에 썼던 내용을 기억하는가? 가정 X 가정은 그냥 기댓값일 뿐이다)  

그러나  이익폭이 들쑥날쑥한 기업은 어떻게 가치를 추측해야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가치투자의 최고봉인 워렌버핏에게로 돌아가 살펴보자. 그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그는 자신이 전자, 전기 , 인터넷등의 산업을 이해못한다는 이유로 그쪽 방면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핏은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기업을 좋아하며 이익의 폭이 심하게 변동하는 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보수적인 산업을 좋아하는 워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많은 이들의 착각이다.

보수적인 산업은 이익이 일정하다.
과점적 내수 산업, 즉 워렌 버핏이 좋아하는 독과점 내수 기업은 이익폭이 항상 일정하다. 이말은 이익의 추정이 매우 쉽다는 것을 뜻한다. 워렌이 이해못하는 산업이라고 칭하는 산업들은 사실상 이익의 폭을 추정하기 어려운 산업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익을 추정하기 쉬우면 이해하기 쉬운 기업이고, 이익을 추정하기 어려우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의 핵심이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절대적인 공식과 분석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추정하기 쉬운 기업을 찾아 그 기업이 일시적으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매입하는 것이 가치투자의 핵심인 것이다. 이것은 결코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어떠한 절대적 공식을 따르는 게 아니다.

자,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할인률의 문제를 뒤로 놓고서라도 이익 추정의 문제가 가치투자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이익의 폭이 일정하지 않다. 그렇기에 현금흐름에 따른 정확하고 합리적인 가치 산출은 불가능하다. 가장 근소한 차이로 기업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이익폭이 일정하게 늘어나거나 유지되어서 이익추정이 쉬운 기업들의 가치를 추정하는 것 뿐이다. 그렇기에 워렌 버핏은 그런 기업들만 투자하는 것이다. 

이제 좀 눈이 뜨이는가?

그렇기에 시중에 떠도는 가치투자에 관한 공식들을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 없다.
기본적인 개념정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하다. 어차피 그런 공식들로 기업의 가치를 알아내겠다는 것은 환상에 가까운 바램이다. 워렌 버핏 본인은 어떠한 공식이나 방법도 공개한 적이 없다.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워렌을 보고 나름대로 추측해서 이야기하거나(대표적으로 워렌 버핏의 며느리인 메리 버핏.....웃기지도 않다) 워렌이 남긴 글을 통해 추측해 쓴 것들만 넘치고 있다.  이제 왜 그런지 감이 오는가? 나름대로의 추측을 가미하자면, 공식자체로서는 반쪽짜리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식을 이용해 기업의 가치를 구하는 것보다 일정한 수준으로 계속 이익을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업가치를 구하는 공식들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하며 기댓값 투성이로 범벅이 된 가정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가치 투자를 하고 싶다면 어떤 공식을 찾기보다 일정한 이익을 내는 안정된 기업을 찾아라. 그게 핵심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세상의 어떤 공식으로도 기업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 환상을 버려라.



* 급하게 마무리하여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뜻은 잘 전달됐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워렌 버핏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그를 인용해 나오는 수많은 가치투자 서적들을 보며 한숨을 쉴 때가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공식들에 매달려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에 매진했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천천히 가치투자에 대한 개념을 (선입견 없이)  다시 살펴보고 워렌 버핏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보니 많은 이들이 버핏의 투자 방식을 오해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 생각의 일부로서 쓴 글입니다만, 제 필력이 부족해서 표현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습니다. 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써보거나 추가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