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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기업의 가치는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다 - 1편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


이 글은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온 복원자료입니다.



가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연마하여 그것으로 매수의 토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현금흐름할인모형, 순자산 가치, EBIDA, ROA, ROE, EPS, PER 등을 이용하여 수많은 방법들이 개발되고 쓰여지곤 합니다. 모두가 기업의 적정 주가를 계산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노력의 시발점은 모두가 아시다시피 벤저민 그레이엄입니다.
(이하 "벤"으로 칭함)

벤이 등장해서 "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란 책을 내놓기까지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논리와는 상관없이 완벽한 투기로만 이루어진 시장이었습니다. 순간적인 정보 조작과 물량공세, 주가 조작 등이 일상화 되어있는 세계였죠. 벤은 이러한 주식의 세계에 처음으로 연구하고 계량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투자자인 버핏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벤의 투자 주요원리는 정의내리기 쉽습니다.

"실제 주식값이 회사 전체의 실물 자산을 주식 수로 나누었을 때의 값보다 1/3 가량 낮다면 매수하고, 후에 50%정도의 이익을 챙기고 매도할 것"

지금의 주당순자산을 말하는 겁니다. 실물가격보다 쌀 때 사서 실물가격보다 조금 높아지면 판다...라는 게 핵심입니다. 만약 기업이 망하더라도 주주의 입장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은 이것을 "안전마진"이라 불렀습니다. (현명한 투자자 p603~609 참조, 국내판)

상당히 합리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이며 실제로 벤은 이 방법으로 부유하게 살수있었습니다. 선천적으로 천재였던 벤은 투자에 그냥 흥미를 가지는 정도로 만족했기에 적절한 선에서 돈을 벌고 그것을 누렸지만, 그의 제자인 버핏은 벤의 방법을 더 개량하여 부의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수완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현재, 벤과 버핏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가치투자에 대해 말을 하며 적절한 기업의 주가를 찾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버핏을 상당히 좋아하는 터라 가치 투자에 대한 공부를 상당히 했습니다. 이런 저런 책을 참조하기도 하고 스스로 몇 년치의 데이터를 구해 각 기업의 가치 분석을 해서 그것이 몇년뒤의 데이터와 얼만큼이나 맞는가를 연구해보기도 했죠. 아마 이런 식으로 가치 투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날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기업의 가치를 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상당기간 고민한 끝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으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제 주장이 옳건 그르건 투자에 임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조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가치투자의 진실



기업의 가치는 무엇으로 알 수 있는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기업의 가격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것이 가치 투자의 중요 과제이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판별할 수 있다면 기업의 저평가 여부를 알수 있을 것이고 그러하다면 싼 값에 주식을 사서 제 가치가 되었을 때 매도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가치투자의 핵심 진리인 것이다. 

그럴 듯하다. 나 역시 이 원리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근데 문제는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기업의 물리적인 가치는 거의 파악할 수 있다.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제거한 "순자산" 개념이다. 이것으로 근소하게 나마 실질적 기업의 자산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레이엄은 이것에 주목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순자산만이 기업의 핵심인가? 아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기에 돈을 버는 기능에 대한 가치가 또다시 순자산 위에 덧붙여 지게 된다. 즉, 이런 공식이 되는 것이다.

기업 가치 = 순자산 + 돈 버는 능력

고상하게 현금흐름이니, 매출액 대비 주가(PSR)이라느니 또는 PER을 들먹거려도 결국 핵심은 하나이다. 돈을 버는 능력!! 그게 기업 순자산에 붙는 프리미엄 가치이다. 삼성전자 자산에 포함된 만원이 그냥 노는 만원보다 값어치 있는 것은 삼성전자가 만원으로 이자 늘리듯 돈을 더 만들어 낸다는 데에 있다. 이런 간단한 개념으로 살펴 본다면 주식의 실제 가격에 대한 정의는 더 분명해진다.

주가 = 주당 순자산 + 주당 현금 창출 능력

가치투자자들은 대동소이하지만 이같은 개념 하에서 각종 재무지표들을 이용해 기업 가치를 구한다. 그것은 워렌 버핏도 마찬가지이다. 이쯤에서 빠질 수 없는 버핏의 말을 인용해보자.

"기업의 내재가치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다. 그것은 기업의 활동 기간을 통해 창출가능한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이다."

널리 인용된 말이다. 저 단순명쾌한 문장을 처음 접한 사람은 머리에 한방맞은 충격을 느낄 수도 있다. 정말이지 단순하면서도 흠 잡을데가 없는 말이다. 저 문장을 계속 음미하다보면 기업의 내재가치를 알아내는 마법의 공식이 어디엔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치투자의 비밀 공식을 찾기위해 이 책, 저 책을 찾고 읽게되는 불굴의 정신마저 생겨나게 된다. 근데 저 말은 어느정도나 진실일까? 정말 가능한 말일까? 

또 다른 버핏의 말을 인용해보자.

"아직 내재가치를 알아내는 공식은 없습니다. 기업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199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 "워렌버핏 평전 2권" p183)

"내재가치 계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재가치에 관한 우리의 정의가 암시하듯이 그것은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추정치이다. 이것은 이자율이나 현금흐름의 추정이 바뀐다면 수정돼야 한다. 동일한 지표를 놓고서도 두 사람의 추정치가 다를 수 있다. 찰리와 나도 동일한 지표를 놓고소 계산을 하면 약간 다른 내재가치를 내놓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내재가치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는다."
("워렌버핏처럼 재무제표 읽는 법" p315)

어라? 약간 다른 뉘앙스를 느꼈는가? 처음 인용한 말과 두세번째 인용한 말의 사소한(?) 괴리감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가치투자의 진실에 한발짝 접근한 것이다.


2편에 계속.....